1장 협력하는 객체들의 공동체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1장
시너지를 생각하라.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객체지향의 목표는 실세계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방화벽과 건물의 방화벽 사이의 의미적 거리만큼이나 소프트웨어 객체와 실세계 사물 사이에 존재하는 연관성은 희미하다.
그럼에도 객체를 실세계와 비유하는 이유는?
캡슐화와 자율성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함이다.
객체지향이라는 용어에 담긴 기본 사상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다.
객체지향 설계의 핵심 사상
메시지(message) : 협력하며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과정
협력(collaboration) : 객체들의 관계
협력하는 사람들
커피 공화국의 아침
모든 음료 주문은 손님이 커피를 주문하고,
캐시어가 주문을 받고,
바리스타가 커피를 제조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완료된다.
이런 모든 과정속에는 손님, 캐시어, 바리스타 사이의 암묵적인 협력 관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커피를 주문하는 손님, 주문을 받는 캐시어,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라는 역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역할, 책임, 협력은 우리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요청과 응답으로 구성된 협력
사람들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와 마주치면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식을 알고 있거나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사람 혹은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요청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손님이 캐시어에게 커피를 제공해 줄 것을 캐시어에게 요청한다.
주문을 받은 캐시어는 주문 내역이 기록된 컵을 전달함으로써 바리스타에게 주문된 커피를 제조해줄것을 요청한다.
요청이 연이어 발생하기 때문에 응답 역시 요청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연쇄적으로 전달된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제조한 후 캐시어에게 알려준다.
캐시어는 진동벨을 울려 손님에게 주문된 커피가 완료되었음을 알려준다.
협력의 성공은 특정한 역할을 맡은 각 개인이 얼마나 요청을 성실히 이행하는가에 달려 있다.
역할과 책임
역할은 어떤 협력에 참여하는 특정한 사람이 협력 안에서 차지하는 책임이나 의무를 의미한다. 특정한 역할은 특정한 책임을 암시한다. 협력에 참여하며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역할에 적합한 책임을 수행하게 된다.
사람들이 협력을 위해 특정한 역할을 맡고 역할에 적합한 책임을 수행한다는 사실은 몇가지 중요한 개념을 제시한다.
여러 사람이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만약 캐시어가 카페테리아를 그만둔다면 캐시어라는 역할에 따르는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캐시어로 고용하면 된다. 손님 입장에서는 캐시어가 주문을 받고 커피가 완성됐다는 사실을 통보하는 책임을 성실히 이행할 수만 있다면 그만이다.
역할은 대체 가능성을 의미한다 : 손님 입장에서 캐시어는 대체 가능하다.
책임을 수행하는 방법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 요청을 받은 사람들은 요청을 처리하는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요청에 대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응답할 수 있는 능력을 다형성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캐시어와 바리스타라는 개별적인 역할을 이용해 협력 관계를 묘사했지만 한 사람이 캐시어와 바리스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역할, 책임, 협력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협력하는 객체들
앞에서 사람이라는 단어를 객체로, 에이전트의 요청을 메시지로, 에이전트가 요청을 처리하는 방법을 메서드로 바꾸면 마법처럼 대부분의 설명을 객체지향이라는 문맥으로 옮겨올 수 있다.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며 협력하는 객체들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은 더 작은 책임으로 분할되고 책임은 적절한 역할을 수행할 수있는 객체에 의해 수행된다. 객체의 역할은 사람의 역할과 유사하게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여러 객체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역할은 대체 가능성을 의미한다.
각 객체는 책임을 수행하는 방법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하나의 객체가 동시에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협력 속에 사는 객체
협력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객체의 품질이다.
협력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객체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덕목을 갖춰야 한다.
객체는 충분히 '협력적'이어야 한다.
객체는 다른 객체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주고 다른 객체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수 있어야 한다. 외부의 도움을 무시한 채 모든것을 스스로 처리하려고 하는 전지전능한 객체는 내부적인 복잡도에 의해 자멸하고 만다. 객체는 다른 객체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요청에 응답할 뿐이다. 어떤 방식으로 응답할지는 객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객체가 충분히 '자율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율적'이라는 단어의 뜻은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거나 자기 스스로를 통제하여 절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태와 행동을 함께 지닌 자율적인 객체
객체의 자율성은 객체의 내부와 외부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객체의 사적인 부분은 객체 스스로 관리하고 외부에서 일체 간섭할 수 없도록 차단해야 하며, 객체의 외부에서는 접근이 허락된 수단을 통해서만 객체와 의사소통해야 한다.
객체는 다른 객체가 '무엇(what)'을 수행하는지는 알 수 있지만 '어떻게(how)'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객체의 관점에서 자율성이란 자신의 상태를 직접 관리하고 상태를 기반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의 전통적인 개발 방법은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엄격하게 구분한다. 이에 반해 객체지향에서는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객체라는 하나의 틀 안에 함께 묶어 놓음으로써 객체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자율적인 객체로 구성된 공동체는 유지보수가 쉽고 재사용이 용이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메서드와 자율성
한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요청하는 것은 메시지를 전송한다고 말한다. 이때 메시지를 전송하는 객체를 송신자라고 부르고 메시지를 수신하는 객체를 수신자라고 부른다. 이처럼 객체가 수신된 메시지를 처리하는 방법을 메서드라고 부른다.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가 실행 시간에 메서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와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분 짓는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다. 이것은 프로시저 호출에 대한 실행 코드를 컴파일 시간에 결정하는 절차적인 언어와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다.
외부의 요청이 무엇인지를 표현하는 메시지와 요청을 처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인 메서드를 분리하는 것은 객체의 자율성을 높이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이것은 캡슐화라는 개념과도 깊이 관련돼 있다.
객체지향의 본질
그래서 객체지향이란 무엇인가?
객체지향이란 시스템을 상호작용하는 자율적인 객체들의 공동체로 바라보고 객체를 이용해 시스템을 분할하는 방법이다.
자율적인 객체란 상태와 행위를 함께 지니며 스스로 자기 자신을 책임지는 객체를 의미한다.
객체는 시스템의 행위를 구현하기 위해 다른 객체와 협력한다. 각 객체는 협력 내에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며 역할은 관련된 책임의 집합이다.
객체는 다른 객체와 협력하기 위해 메시지를 전송하고,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는 메시지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메서드를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객체를 지향하라
지나치게 클래스를 강조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적인 관점은 객체의 캡슐화를 저해하고 클래스를 서로 강하게 결합시킨다. 애플리케이션을 협력하는 객체들의 공동체가 아닌 클래스로 구성된 설계도로 보는 관점은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의 구축을 방해한다.
훌륭한 객체지향 설계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첫 번째 도전은 코드를 담는 클래스의 관점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객체의 관점으로 사고의 중심을 전환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클래스가 필요한가가 아니라 어떤 객체들이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협력하는가다. 클래스는 객체들의 협력 관계를 코드로 옮기는 도구에 불과하다.
객체지향의 핵심은 클래스가 아니다.
핵심은 적절한 책임을 수행하는 역할 간의 유연하고 견고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객체지향의 중심에는 클래스가 아니라 객체가 위치하며, 중요한 것은 클래스들의 정적인 관계가 아니라 메시지를 주고받는 객체들의 동적인 관계다.
클래스의 구조와 메서드가 아니라 객체의 역할, 책임, 협력에 집중하라. 객체지향은 객체를 지향하는 것이지 클래스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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